50이 넘은 중년의 삶을 살면서 노래를 통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
요즈음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가장 최신의 곡들을 모아 차를 타고 다닐 때 억지로라도 듣고 있지만 그래도 지나온 시절의 곡이 더 마음에 닿는다(이것도 늙어가는 증거일지 모르지만).
그런 감성들을 프로그램화 한 것이 '슈가맨'이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보이는 과거의 가수들 속에서 나는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떠올렸다.
잠시 90년대 초반에 활동을 하던 가수였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자료 영상을 유튜브를 통하여 가끔 보곤 하였다.
그 영상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도 평탄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의도치 않게 슈가맨을 보는데 그가 나왔다.
'아, 보고 싶었던 가수가 나왔구나!'
그런 마음으로 TV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한 번 저렇게 나왔다가 또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나라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문화관이 어떻게 변천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세대와 현재의 세대가 어떻게 이야기(소통)를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그 과제에 대한 해답을 보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JTBC뉴스브리핑에서 슈가맨 양준일 씨를 소재로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은 우리의 가슴을 저밀게 하였다.
앵커브리핑
사회가 우리에게 고착된 이데올로기만 고집할 때 우리는 얼마나 편협과 차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것이 문화로 이어져 자신과 다른 것들을 차별하여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이제 세월이 지나 그렇게 차별 당하던 것들에 의해 과거는 외면 당하거나 그오류로 인하여 진통을 겪게 된다.
이것이 문화로만 끝나면 좋으련만 이것이 세대간의 갈등으로도 이러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도 양준일을 아는 사람 중에 그가 U2로 활동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그가 밝혀 주었다.
같은 사람이 두 개의 얼굴로 활동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모순을 잘 드러내 주는 예시이다.
이제 그가 돌아왔다.
미국에서도 다시 그가 돌아오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다시 상처를 받고 돌아오지 말라는 말이다. 그토록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차별도 멸시도 받지 말고 마음껏 활동해라는 응원이다.
나도 그를 응원한다. 아니 그의 팬이 되었다.
그가 교포2세로 부잣집 아들이어서 지금 미국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더라면 그의 팬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 식당에서 일하지 않으면 월세를 내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나에게도 힘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
이제 국내에서의 그의 활동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세대를 잇는 영향력 있는 활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어리둥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지속되는 것을 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며 대리만족이다.
'인생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상제작법/짐벌기본사용법 (0) | 2019.10.20 |
---|---|
늘 같은 것으로 즐거워 하는 우리 딸 (0) | 2019.10.20 |
세상에 대해 겸손해지는 이유/발달장애인 자녀이야기 (0) | 2019.03.09 |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결혼을 앞둔 여자 (0) | 2016.02.23 |
만남, 우리는 어떤 이성에게 끌리는가? (0) | 201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