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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늘 같은 것으로 즐거워 하는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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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를 가진 막내 딸은 늘 같은 것으로 즐거워 한다


발달장애 1급인 막내 딸의 일과는 이렇다.

 학교 가지 않는 날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서 즐긴다.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면 발달장애 1급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즐긴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켜고 크롬이나 유튜브를 실행시켜 이전에 자신이 보았던 기록을 찾아 그 카테고리를 찾아다니는 정도는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과정을 알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미스터리이지만 하여간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찾아서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즐겨보고 즐거워 하는 것이 있다면 산토끼 기타연주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내가 막내를 위해서 어릴 적에 기타를 치며 불러 주었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는 그를 위해서 피아노를 쳐 주었다. 그 기억이 즐거웠는지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산토끼 기타 연주와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 그리고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와서는 기타를 쳐 달라고 요구한다.

 대부분은 그를 위해 산토끼, 그대로 멈춰라, 곰세마리를 연주해 주지만 때로는 귀찮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내 얼굴에다 뽀뽀를 하며 나름 애교를 한 껏 부린다.


 키 크고, 몸집이 큰 22살의 딸의 행동이지만 그것이 그렇게 사랑스럽다.



 가끔 화가 날 때는 집안 식구 가운데서 막내의 기분을 바꿀 사람이 없다. 속수무책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빠인 나에게는 순종적이기도 하다. 아마 자기보다 힘이 세고 권위가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학교에서도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아이가 정서적으로 밝고 잘 웃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으로 다행이다.


 장애아를 낳았던 이유가 무엇이든지 그 부모는 자식에게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일까? 그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해 주려고 노력도 한다. 그렇게 마음 아파하던 오랜 시간동안 그를 바라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비록 장애를 가졌다고 하지만 그에게도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희노애락의 감정은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에 되도록이면 즐겁고, 기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중에 어려운 것은 건강의 문제이다.

 음식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여 많이 먹으려 하는 것을 절제 시킬 때는 소리를 지른다.

 몸이 아프다는 말은 못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고 몸이 아픈 것 같아 병원에 데려 가려면 목숨(?)을 걸고 거부한다.


 얼마 전 치과 치료를 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결국에는 전신 마취를 시키고 썩은 이를 발치하고 금니로 해 넣었다.


 비장애인도 자신을 낳게 하는 곳이 병원인 줄 알면서 잠시 치료의 고통이 싫어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데, 막내는 병원이 자신을 치료하는 곳인 줄 알기나 할까 의문이지만 어찌 되었던 자신을 아프게 하는 곳인 줄은 알기에 싫어한다.


 그래서 막내가 병원에 갈 때면 의사들이 뽀로로 복장을 하고 아빠인 내가 산토끼 노래를 기타로 쳐주며 병원 놀이 하듯 그를 치료할 수 없을까? 하며 공상을 펴 보기도 한다.



 지금도 막내는 컴퓨터 앞에서 토끼를 외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우리들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언제나 단순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막내는 언제나 나의 훌륭한 스승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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