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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세상에 대해 겸손해지는 이유/발달장애인 자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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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혼자 겪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 불행한 일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행한 일이 내게 닥칠 때, 그 일은 나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성경에서는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한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잠20:29)'

 그것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살아 온 그의 인내를 높이 평가하는 일일게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의 역경 속에서 이기적인 사람으로 굳어지기도 하는데 결코 그런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일은 아닐게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이기적인 마음이 변하여,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돌아볼 수 있는 마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백발이 되어도 그런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그는 그냥 나이만 먹었을 뿐이다.



 내가 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가장 큰 교훈들은 결혼과 그의 결실로 얻은 자녀들을 통해서이다.

 부부의 일이란 기혼자이면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자녀에 대해는 서로 다른 마음들이 교차하리라.


 세째의 발달장애를 발견하고 난 후에 좌절감보다는 여기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하고 더욱 당황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준비하고 사는 사람이 없듯이 모든 인생사가 다 그렇겠지만 장애인에 대해 나를 비롯한 사회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염려가 더욱 컸다.



 처음에는 몰랐다. 장애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배려와 준비를 하며 그들을 권리를 위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그들을 위해 사회는 냉담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발달장애는 질병이다. 하지만 이는 불치의 별이다. 그래서 우리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한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 안된거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차치하고 우리집 아이는 언어 능력이 전무하다. 기쁘면 웃고, 못마땅하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전부이다. 자신도 뭔가 필요한게 있을 것이 욕구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부모가 제 때에 알고 챙겨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흥분된 행동을 자제시키는 방법들도 생겨났지만 그가 평생 그렇게 살 것을 생각하니 부모가 아니면 누가 그와 소통하며 그의 요구를 들어주며 살 수 있겠는가?


  국가의 교육의 의무가 있지만 그 의무 가운데 장애인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학교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멀다.

 특수학급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아이를 교육할 만한 교사도 시설도 아니다. 그냥 분리 시키는 것 이상은 없다.


 그래서 이런 부모들이 모여 자신의 자녀들의 인생을 함께 논의하고, 국가와 지역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서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끼리 모이면 위로도 되고, 또 힘을 모아 무엇인가를 이루어 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유치원은 사실 꿈도 꾸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그 비싼 MRI만 찍어 될 뿐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다. 학교 입학 통지서는 나왔지만 아이가 갈 학교가 없다. 그나마 지역 복지관에서 장애인 치료 교육이 있다고 하여 접수하러 갔지만 대기자가 많아 1년 이상 기다려야 겨울 자리가 생길까 말까란다.


그래서 말도 못하고 대소변도 가릴 줄 모르는 아이를 일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야 한다. 그것도 겨우 특수학급이 있다는 학교에 보내었는데 어느날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나 살피러 갔더니 선생은 앉아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고 아이는 혼자 교실에 내버려져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다. 그리고 아이는 학교에 가자고 하면, 가기 싫어했다. 집에 있고 싶어 학교가는 길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멀리 있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는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결국에는 통학버스로 30분 이상 가야하는 곳에 찾아 갔지만 학교 정원이 넘쳐 받을 수가 없단다.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이전에는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서울지역에 5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얼마전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하겠다고 교육청에서 발표를 하니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비롯하여 지역주민들이 반대의 깃발을 들었다.



세상에,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 놓았더니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그랬다. 내가 장애인 자녀를 갖기 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알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성인 장애인들을 위해 직업교육을 시키자고 유휴학교 시설에 장애인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 나오자 이도 지역 시의원과 국회의원의 주도 하에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런 패턴은 장애인 시설이 생겨날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그래, 자신이나 자기 자식이나 남들과 다르게 어렵고 힘든 일은 보지도 말고, 경험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지. 그래서 니 자식들은 장애를 가졌어도 우리 아니들은 그런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참기 힘들었겠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들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용납을 하거나 동조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자식을 낳아보니 그 때에서야 세상을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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